사업을 구상할 때, 의외로 많은 창업자들이 비즈니스의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이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의 본질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본질
회사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만드는지, 운영하는지보다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사업의 본질을 정의한다.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들은 ‘무엇을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으로 전환될 수 없다면 이는 비즈니스라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수익 창출 계획이 구상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이 사업의 주요 매출원이 광고라면, 이 비즈니스의 본질은 광고 매체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가 얼마나 양질의 타겟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트래픽과 유효 클릭이 발생하는지이다.
커뮤니티에 붙는 다른 부차적인 기능들은 이 핵심 모델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창업자는 이 부차적인 기능들이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제공하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인 한계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그다음으로는 이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업이 직면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공급 의존성 문제
많은 비즈니스는 특정 서비스나 거래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이렇게 외부 요소에 의존하는 비즈니스는 그들의 정책 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 퍼스트 파티가 서드파티의 기능을 흡수하여 서드파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경우
- 알고리즘의 변경으로 노출 빈도가 줄어들게 되어 트래픽의 감소 등,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경우
- 앱스토어 정책 변경으로 인앱 결제 수수료가 상승하여 이익이 감소하는 경우
유닛 이코노믹스 문제
단위당 비용이 수익보다 큰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비즈니스가 된다.
- 고객 획득 비용이 평생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 많은 창업자는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고객 획득 비용을 통제하고 평생 가치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이를 해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가격 협상력이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원가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어 클라우드/서버 비용은 어느 정도 다양한 대안이 있고 마이그레이션이 수월한 편이지만, 사용 중인 AI 모델의 비용은 아직 품질의 격차가 상당한 부분이 있어 통제하기가 어렵다.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충돌
진출하려는 산업 내 기존 카르텔이나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뚫고 성장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택시 산업, 금융권 규제,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산업에서 이러한 충돌은 필연적이다.
가치 인식 문제
이는 특히 중개 플랫폼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소비자는 공급자와의 연결만을 가치로 인식하여,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단순하게 양쪽을 찾아주고, 거래를 보증해 주는 역할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서비스의 규모가 늘어나거나 고도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적인 수익 모델이 개발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처음 인식한 가치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사용자별로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수준이 다르다는 문제도 있음), 본질적인 가치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했다고 인식한다면, 결국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랫폼은 수수료 또는 추가 수익모델을 개발하기보다 GMV(거래 규모)를 늘리는 방식의 간접적인 접근을 시도하는데, 이를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집행하다 보면 큰 적자를 보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극복하기 위한 전략
구조적인 한계를 발견했다고 해서 구상한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어떠한 형태로든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초연결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한계를 인식하고 대응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른 기회를 모색해 보아야 할 수도 있다.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 공급망 다변화: 단일 공급원이나 채널,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 수익 모델 다각화: 하나의 수익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면 사용자들이 제공받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굳어지기 전에 수익 모델 다각화를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이를 개선할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 탈출 플랜 수립: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대표 개인과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재무적인 리스크에 대한 대비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실패에 대한 관용이 낮은 환경일수록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더욱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금액의 투자를 받았지만, 이 자금을 공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신중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영위하는 비즈니스 구조상 인지하지 못한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가 잘 되었을 때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대규모 인력 채용, 시설 투자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항상 비관적인 경우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보다 더욱 최악의 일은 항상 일어났고,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정리하게 되었지만, 그런대로 안전하게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보수적이고 비관적으로 바라봤음에도 내가 예상하지 못한 비용은 항상 발생했다. 하다못해 사무실을 정리하고 수억을 들여 만든 인테리어를 정리하는 데도 큰 비용이 필요했다. 이 경험은 다음 사업을 할 때 반드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 안에서만 운영해야겠다는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